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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와서 2016~2017년도 그림들을 꺼내보는 일은 얼마나 부끄럽고 숨고싶은 일인지 모른다. 다신 세상의 빛에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을 깨고 꺼내봤다. 당시의 그림들은 지금보면 자극적인 것을 과하게 추구하며 고민없이 마구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지금의 그림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날것이 있다. 거칠고 어수룩하지만 그 날것의 뭔가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상기해볼만한 태도는 그림 앞에서 자기검열이 없었다는 지점이다. 과거의 그림에는 자아는 매우 강하게 있지만 존재는 의식하지 않아서 자기검열이 거의 없다시피 느껴진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게 아닐까 싶은데, 그 방법은 아마도 판단과 감별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선을 그어버려서 판단보다 몸의 반응속도가 먼저 일어나게 하는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자아를 비우고 무위의 태도로 그린다고 하더라도 선을 긋는 즉시 동시적으로 존재가 확인해버리기 때문이다.
선을 믿고 존재를 투명하게 하여 판단을 늦추고 손의 속도를 높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