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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엑스텐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그림이 그려지는 내내 내가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림이라는 것은 화면 속 소재도 주제도 분위기도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 귀한 경험을 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나쁘지 않은 그림이 무난하고 안정적으로 반복 생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즉시 손이 멈췄다.
엑스텐 매커니즘의 무난한 한계를 어렴풋이 느끼고 그림의 또 다른 접근법이 눈에 들어왔다. 선이라는 것을 내가 긋는 게 아니라면, 사실상 그림은 발생되는 일이라면, 그림은 의지의 산물이라기보다 상태의 결과에 가까운 게 아닌가? 이런저런 미묘한 조건들이 겹친 끝에 나타난 흔적. 그렇게 생각하니, 그림의 발생적 기원은 날씨의 그것과도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