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점을 지키려다 집착으로 바뀌었다.
가능성이 생긴 뒤 내가 추격자가 되었다.
도래는 있었는데 전체 법칙으로 굳지 못했다.
기압은 있었지만 기후는 없었다.
내가 통제하지 않았는데도 무너지지 않고,
내가 주도하지 않았는데도 방향이 있으며,
우연처럼 왔는데도 결과가 공허하지 않고,
도래했는데도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화면에 남는 상태.
지금 생기는 선이 공간을 설명하는지, 아니면 압력을 만들고 있는지.
지금 생기는 덩어리가 사물을 묘사하는지, 아니면 중력을 바꾸고 있는지.
지금 들어온 새로운 요소가 화면을 풍성하게 하는지, 아니면 기존 법칙을 뒤집고 있는지.
형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압력의 구조를 그리려는 것.
자아가 통제하지 않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생성의 방식을 찾으려는 것.
도래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실제 사건으로 정착되는 순간을 만들려는 것.
화면 안에 계속 닳지 않는 생경함을 남기려는 것.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존재와 진실 사이의 통로를 회화 안에서 실증하려는 것.
무언가 더 큰 진동이 나를 통과할 때 손이 어떻게 그 진동을 배반하지 않을 수 있는가. 2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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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화연구에서 그린 그림은 그리는 내내 선이 자유로워졌다라고 해야할까 어딘가 거침없이 그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생소했다. 거침없는 선의 이유는 뭔가를 받는다는 느낌으로 그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반까지만 해도 느낌이 좋았고 기압은 계속 높아져갔다. 빨간 선이 들어오는 순간 약간의 가능성이 생긴 것 같아서 나는 그 뒤로 더 밀어붙이며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보고자 했지만 끝내 비를 내리지 못하고 기압만을 형성하던 습관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이 상태에서 새로운 그림들을 그리는 건 별로 무의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를 놓쳐버렸고 의욕을 잃어버렸다. 이 다음 그림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는 내내 뭔가 선이 바뀌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또 결국 주저앉았으니 말이다..
그럼 이번엔 무엇을 어떻게 다뤄야하나 고민하다가 말그림이 떠올랐다. 그 그림은 엑스텐 매커니즘으로 그려진 그림이었고 날씨적인 기압은 없이 그려져서 사건은 아니라고 판단한 뒤 넘겼는데, 다시보니 일종의 사건이었다. 계속 봐도 계속 생경한 느낌이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완성된 그림에서 더 뻗어나가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 그것을 잘 마무리해 완결시켜주는 일도 그림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음 장은 다시 엑스텐으로 시작하여 좀 더 과감하게 날씨를 내리게 하는 방법으로 그려보려고 한다. 사실 이미 이전에도 두 어번 시도했지만 안정적인 한계를 보여주길래 엑스텐을 버리고 날씨 만들기로 옮겨갔지만, 매순간 변화하는 날씨를 잡아 비를 내리게 하려면 지엽적으로 구조를 세운 다음(엑스텐) 날씨가 응결될 수 있는 압력 골격을 만드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 왜 말그림은 사건이 되었지만 나머지 그림은 사건이 되지 못했을까?
말그림은 엑스텐이 “형태 생성”에서 끝나지 않고 “새 법칙 생성”으로 넘어갔지만, 나머지 그림들은 끝내 “조형적 전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말그림은 내부 중력이 바뀌었고, 나머지는 형태만 변했다. 말그림은 발생 이후 봉합이 사건 쪽으로 되었고, 나머지는 발생 이후 봉합이 미감 쪽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2026.4.5




엑스텐!
빌어먹을 엑스텐 매커니즘을 어쩌면 내가 스스로 평가 절하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엑스텐을 사건 이전의 준비운동이라고 오해한 면이 있던 것 같다. 단순히 구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잘 들어가면 사건이 태어날 수 있는 낯선 법칙의 모체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엑스텐의 본질은 그림을 예쁘게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습관을 비켜가며 형태가 자기 논리로 자라나게 하는 데 있기 때문에, 날씨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날씨의 씨앗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씨앗이 실제 날씨가 되려면 엑스텐으로 나온 구조를 “소재”로 다루지 말고 “압력 체계”로 다뤄야 한다. 그리고 가능성이 생긴 순간부터는 행위를 늘리지 말고, 그 가능성이 화면 전체의 존재 방식을 바꾸게 두어야 한다. 날씨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생긴 이상기압이 화면 전체를 점령하게 하는것이다.
다음 그림부터는,
(1) 중심점을 보호하지 말고 중심 법칙 찾기 : 그림 내부에서 어떤 힘이 어떻게 흐르는지, 형상의 부분이 아닌 그림 전체에서 흐르고 있는 중력 알아보기
(2) 가능성이 생긴 순간 더 밀지 말고, 그 가능성이 주변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기 : 가능성은 더하기로 자라지 않고 주변을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자라나기 때문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게 아닌 기존 요소들의 존재론적 지위를 바꿔야한다.
(3) 완결을 의심하지 말기 : 사건이 난 뒤에는 그 사건이 화면 안에서 죽지않고 계속해서 살아있을 수 있게끔 가장 정확한 봉합이 필요하다. 그것은 미감의 정리가 아니라 사건이 새어나가지 않게 막을 닫고 이미 태어난 법칙이 스스로 서 있게 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2026.4.6
+ 무아라는 단어에 속아서 무분별함과 혼동하지 말것.